영화리뷰

2025.05.05 10:14

인형은 울지 않는다.


인형은 울지 않는다.


다산을 상징하는 숭배의 대상이었던 구석기 시대의 유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가장 오래된 인형으로 여겨진다오래전부터 인형을 만들어 왔던 인간은 끊임없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했으며 살아있는 인형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계몽 시대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인류에겐 인간과 외모가 비슷하고 인간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인형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다인간의 존재감을 재현하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 더 깊어야 한다우리를 편하게 해주고신뢰를 주는 신호와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살아있는 인형은 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넘본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인형을 살아있게 만들어 인간의 수준에 근접게 하려는 것완전한 인형의 조건은 역설적으로 인형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인형이 아닌 인형살아있는 인형을 추구한 인간 욕망의 근원은 무엇일까또한인형이 완벽하게 살아있는 상황이 도래하면그때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근거는 무엇일까이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다.

 

한 남자가 토끼 인형을 다듬고 있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에 관여한다남자는 밤 동안 토기 인형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잠들면여자가 들어와 낮 동안 부차적인 부분의 제작과 수정을 맡는다둘의 일은 일상처럼 반복된다그러자 옷장 안에서 자기와 똑같은 사람 인형을 발견하고는 그녀를 분장하고 옷을 입히고눈동자를 그려주고손에 매니큐어도 칠해주고살아있게 만든다둘 이 같이 춤을 취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알람이 울리고 여자는 잠에서 깨면 남자가 서서 본다둘은 같이 일도 하고 식사도 사랑도 나눈다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인형여자의 눈빛이 남자에게 몰입하지 않고 그 인형에게 집중한다인형을 따라 옷장으로 들어가고거기에는 이미 망가진 인형들의 모습들이 보인다놀라는 여자옷장을 나오다가 자신의 다리가 부러지고팔이 부러지면서 갑자기 화면이 멈추며 이 영화 최대의 반전이 선보인다..

 

감독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여 정성껏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두 명의 예술가한 남자와 한 여자의 초상화가 절정에 이르러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속 주인공으로 영화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사랑배신분노욕망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다.

 

'복제품'과 '유령'을 조합한 말로 "죽음이 모조품에 내재하는 것처럼 들린다.". 오래전에 영화사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비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존재론의 기반을 뒤흔든다공포 영화 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이는 토끼 인형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녀가 이미 인간을 닮은 여러 복제품 중 하나라는 의미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살아있는 인형 중에는 심지어 자신이 인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있다영화 속 인공 생명 창조에 관한 모습은 '마술의 신비꿈의 기계'장에서 다뤄진다창조성의 화신 에디슨이 살아있는 인형을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이야기는 신과 경쟁하려는 인간 욕망에 관한 단순한 우화에 머물까. '블레이드 러너'의 안드로이드가 제기하는 존재론의 혼동은 이제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유전공학의 발달로 이제는 인간이 실제로 신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보면 더 흥미로운 이 영화 정주행을 추천한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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